2012. 7. 17.

Lasse Lindh

Lasse Lin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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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린드
극적인 효과를 의도한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의 1년 간의 한국 생활 마지막 인터뷰가 된 건 사실이었다.

그가 떠나기 이틀 전. 에디터는 집요했고, 라세 린드는 상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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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세 린드(Lasse Lindh)’라는 이름에 스웨덴어 의미가 있나? 없다.

한국어로 당신의 이름을 쓸 수 있나? 써본 적은 있다. 다른 사람이 써준 걸 보면서.

구글에서 당신의 이름을 쳐본 적 있나? 있다. 해보고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10월 3일 브이홀 공연을 봤다. 뭔가에 ‘취한’ 거 같더라. Feeling! 거의 울 뻔했다. 가끔 나는 무대에서 정신줄을 놓는다. 스웨덴에서는 내가 술 취한 채로 무대에 오른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하. 내 앞의 수많은 사람들, 엄청난 사랑이 솟아오른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기분이다.

공연하면서 자꾸 웃은 이유? 행복해서. 그리고 팬들이 귀여워서.

뭐가 귀엽나? 스웨덴 팬들은 (굵은 목소리로) “라세! 라세!” 하고 외치는데, 한국 팬들은 좀 수줍어한다. 그리고 내가 이게 마지막 곡이다, 곧 스웨덴으로 간다, 이런 얘기를 하면 일제히 “어어~” 하는 소리를 낸다.

당신의 음악을 스스로 얘기하면? (의미 있는) 가사가 있는 멜로딕 팝.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 멜로디, 가사, 유니크한 목소리.

당신의 목소리는 유니크한가? 음, 그런 거 같다. 하하. 노래를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 같은 목소리가 좋다. 여담인데, 난 그가 부럽다. 기네스 팰트로와 결혼했으니까. 오, <셰익스피어 인 러브>! 그녀는 패션도 멋지다.

크리스 마틴과 당신의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그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당신의 목소리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Fragile.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 15살 때 공연에서 연주한 곡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노래도 못 만들고 기타도 못 친다는 게 화가 나요!”라고 했더니 아버지가 기타를 주시면서 기본 코드를 알려주셨다. 그날 종일 기타를 연습하고 곡을 써서 부모님께 들려드렸다. 아직도 그때 아버지가 코드를 적어준 노트를 갖고 있다.

아버지와 같은 밴드에 있었다던데? 엄밀히 말하자면 ‘아버지가 내 밴드에’ 있었던 거다. 하하. 어릴 때 내 첫 밴드에 베이시스트가 없었다. 아버지가 베이스를 연주할 줄 아셔서 들어오셨다. 같이 앨범도 냈다.

그 밴드가 ‘Shevy’? 미국 코미디언 셰비 체이스의 이름을 딴 거다. 세상에서 제일 웃긴 남자.

뮤지션이 되면서 포기해야 했던 것? 없다. 있다면 틀에 박힌 삶? 워커홀릭? 어차피 9 to 5 인생은 싫다.

죽었다 깨도 절대 할 수 없는 음악 장르? 레게. Over my dead body!

행복할 때도 슬픈 가사를 쓸 수 있나? 물론. 슬픈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바, 에이스 오브 베이스, 카디건스 등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웨덴 그룹 중 당신에게 영향을 준 밴드는? 아바. 스웨덴 사람 중에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요즘 듣는 음악? 레너드 코헨. ‘Famous Blue Raincoat’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노래다.

그와 당신은 공통점이 많다. 오, 고맙다. 나도 그러길 바란다. 물론 그가 나보다 훨씬 낫지만.

다음 앨범에 대해 얘기해달라. 이전 앨범 <Sparks>와 아주 다를 거다. 어쿠스틱 요소를 없애고 일렉트로닉한 요소만  쓸 거다. 댄서블한 비트가 있고.

성공한 뮤지션으로서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는 건 어떤 의미? 말했듯이 글을 쓰는 건 내게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사실 평소에 음악을 듣기보다는 영화를 본다. 음악은 이미 충분히 많이 하니까. 만약에 음악을 그만두면 영화를 본격적으로 할 거다.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 아버지가 연출가라 우리 집에는 늘 배우들이 들락거렸다. 자연스레 연극 학교에 갔다. 처음엔 연기를 배웠는데, 내가 훌륭한 배우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하. 그래서 대신 글쓰는 걸 배웠고 나중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왜 음악 학교에 가지 않았나? ‘음악을 공부한다’는 걸 믿지 않는다.

좋아하는 영화 감독?
존 휴즈.

추천하는 스웨덴 영화? 제목이 스웨덴어인데, 번역하면 <러브 스토리>다. 옛날 영화다. 최근작은 <렛미인>.

인상 깊은 한국 영화? <올드 보이>, <살인의 추억>.

당신의 다음 영화는 어떤 게 될까? 존 휴즈 <브렉퍼스트 클럽>의 요즘 버전.

신촌 작은 방에 살아본 소감? 좋다. 어차피 큰 아파트나 팬시한 장소는 필요없다. 어디든 집처럼 느껴지는 곳이 있다면 거기가 집인 거다. 지금은 사실 신촌 방이 더 내 집 같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햇살 비추는 날에 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곳 어디든!

한국의 폭우를 경험한 기분? 어메이징! 비를 사랑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안 쓰고 그냥 맞는다. (양쪽 팔을 벌리면서) 이렇게. 젖는 건 상관없다. 한국인들이 미친 사람처럼 보더라. 하하.

비가 영감을 주나? 아주 많이. 공연에서 부른 노래, ‘I Could Give You Love’라고 기억나나? 이번 추석, 비가 많이 오던 그날 만든 거다. 비가 어마어마하게 오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방 창문을 열고 기타를 들고 선 자리에서 30분 만에 그 노래를 만들었다. 가사까지 곡 전체를 전부. 최고였다.

한국에서 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은? 팬들. 그 외에도 날 ‘라세 린드’가 아니라 ‘라세’로 좋아해준 이들.

한국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들? 자동차 색깔이 블랙, 화이트, 실버 거의 세 가지인 것. 러브 모텔이 많은 것. 남자들이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것. 한국인들은 남들과 다른 걸 두려워하는 거 같다. 난 아이스하키를 보면서 늘 스웨덴 말고 러시아나 다른 나라를 응원했다. 만약 한국에서 축구를 하는데 일본을 응원하면... 하하.






한국인 중 외모가 근사한 사람? 이효리. 완벽하게 예쁘다기보다 스스로를 빛나게 하는 페르소나가 있다. 소녀시대는 귀여운데 너무 많아서 모르겠다. 하하.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토닥토닥’. 내가 여기 와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사람이 가르쳐준 말이다. 다정하고 발음도 귀엽다. 그리고 ‘아이고’와 ‘가위 바위 보’.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공연? 세종문화회관 야외에서 했던 공연. ‘C’mon Through’를 부르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고 노래가 끝나니까 멈췄다. 신의 손길이 닿은 거 같았다.

친한 한국 뮤지션? 소이.

공연할 때 버릇, 징크스? 화장실에 가는 것. 가고 싶지 않아도 간다. 무대 위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면... 휴.

기억에 남는 도시? 서울, 뉴욕, 바르셀로나, 부다페스트.

지금껏 받았던 인터뷰 질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질문? “음악을 왜 하는가?” 이 질문 하나로 두 시간을 얘기한 적 있다.

가장 짜증났던 질문? 너무 사적인 질문들. 더 중요한 건 인터뷰어의 태도다. 질문을 던져놓고 듣지 않으면 화가 난다. 나는 내가 대답에 귀를 기울일 만큼 충분히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받은 인터뷰 질문? 한국 팬과 스웨덴 팬의 차이점. 그리고 좋아하는 한국 음식. 당신은 그 둘 중의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하이파이브!

만나면 싸인을 받거나 같이 사진 찍고 싶은 사람? 알 파치노. 싸인, 사진보다도 앉아서 얘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운 기억? 애니매이션 <업>을 보고. 나이든 사람들이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건 정말 아름답다. 오, 아니다. 더 최근에 <인셉션>을 보면서. 세 번 봤는데 두 번을 울었다.

당신의 외모를 어떻게 생각하나? 가끔은 수퍼 핫. 가끔은... 글쎄. 난 완벽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독특한 외모가 좋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괜찮은 거 같다.

닮았다는 말을 듣는 유명인? 에느워드 노튼, 숀 펜.

여자 이상형? 나를 웃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사람.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

침대 머리맡에 있는 물건? 큰 물병. 매일 밤 큰 병으로 최소 1~2개 정도는 물을 마신다. 자다 깨서 화장실 가는 게 문제다. 하하.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하는 일? 이를 닦는다. 오, 이런, 지루한 대답 같다!

로션 브랜드? 크리니크.

당신의 패션 아이템 중 가장 아끼는 것? 몽블랑 손목 시계, 컨버스.

혈액형? 오, 모른다.

스웨덴에서 추천하는 여행 장소? 여름의 스톡홀름. 겨울에는 북쪽 지방. 하늘이 녹색, 푸른색이다. 정말 외롭고 정말 근사하다.

스웨덴으로 가져가고 싶지만 가져가지 못하는 것? 홍대 전체. 그대로 들어서 스톡홀름에 딱 갖다놓고 싶다. 사람들도 전부. 다들 놀라겠지? “어, 나무가 많아.” “너무 추워.” 이러면서. 하하.  /

2010년 엘라서울 본지 11월호에 실린 내용.
I could give you love 때문에 라세린드를 알아보다가 매력에 빠져버렸네 :->
2년전 한국에서 살때..알았으면 방방 뛰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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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주 많이, 공연에서 부른 노래, 'I could give you love' 라고 기억나나?
이번 추석, 비가 많이 오던 그날 만든 거다.
비가 어마어마하게 오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방 창문을 열고 기타를 들고 선 자리에서 30분만에 그 노래를 만들었다. 가사까지 곡 전체를 전부. 최고였다.